고가 아래 하나 밖에 없는 초록이
2024
기와, 시멘트, 목재, 판박이, 시바툴, 볏짚
260 × 45 × 45 cm
2024
기와, 시멘트, 목재, 판박이, 시바툴, 볏짚
260 × 45 × 45 cm
〈고가 아래 하나밖에 없는 초록이〉는 김창대 제와장의 기와 제작 방식과 이근복 번와장의 번와 기법에 대한 조사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작가는 성수동을 가로지르는 고가 도로와 그 아래 반복적으로 서 있는 콘크리트 기둥의 풍경에서 한옥의 건축 구조를 연상하며, 전통 건축의 논리를 현대 도시 구조물에 겹쳐 본다.
고가 도로는 지면과 수평을 이루며 공중에 설치된 구조물로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그 아래에는 수직으로 세워진 수십 개의 기둥이 하중을 떠받치며 성수동 일대에 거대한 그늘을 형성한다. 이는 수천 장의 기와가 길게 이어진 한옥의 지붕과, 그 하중을 지탱하는 격자형 목구조의 기둥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성수동의 고가 아래에 서서, 마치 나무 기둥과 서까래가 만들어낸 한옥의 처마 아래에 있는 듯한 공간적 인상을 받는다.
이 작품은 고가 기둥이 두드러지는 성수동의 도시 풍경을 함축하기 위해, 흙을 구워 기와를 만드는 제와장의 방식과 기와를 차곡차곡 잇는 번와장의 기술을 차용한다. 원통형으로 빚은 기와는 네 등분을 통해 여러 장의 기와로 나뉘는데, 작가는 김창대 장인의 제작 과정을 관찰한 뒤 성수동을 다시 바라보며 콘크리트 기둥의 형태가 기와 제작 과정에서의 원통 구조와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관찰은 원통 형태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이어지며, 고가 기둥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조각적 구조로 전환된다.
또한 콘크리트 기둥 표면에 남아 있는 다양한 흔적들은 각각의 기둥이 축적해온 서사를 드러낸다. 전단지를 붙였다 떼어낸 테이프 자국, 판박이 스티커의 잔흔, 노후화로 인해 갈라진 콘크리트를 보수한 흔적들은 하나의 기둥 안에 중첩된 시간과 사용의 기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성수동 일대 고가 기둥 중 유독 하나만 남아 있는 초록색 기둥에 대한 작가의 호기심이 더해진다. 과거에는 여러 색으로 칠해진 기둥들이 존재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대부분 본래의 콘크리트 색으로 돌아간 반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초록색만이 남아 현재의 풍경을 구성하고 있다.
〈고가 아래 하나밖에 없는 초록이〉는 이러한 색의 잔존 또한 작업의 요소로 끌어들여, 성수동 고가 도로 아래 풍경을 이루는 기둥의 조각적 형상을 집약적으로 제시한다. 전통 건축의 제작 방식과 현대 도시 구조물의 물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장소에 축적된 구조와 시간의 감각을 다시 불러오는 작업이다.
*제와장: 기와를 만드는 전문가. 김창대는 우리나라에 한 명 뿐인 제와장으로, 국가무형문화유산이다.
**번와장: 지붕에 기와를 덮는 전문가. 이근복은 국가무형문화유산이다.
*연구자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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