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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에서 지우가 무엇에 귀 기울이는가?>
Where does Ziu in the APT. listen to?[IMF Seoul]
2024. 12. 2. ⎯ 202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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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문
기획-글: 정희윤
제작 및 설치: 최봉석
디자인: 김동현, 지진
사진: 이용빈
주최: IMF서울
기억을 쌓는 사람 서지우는 자신이 발 딛어온 장소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그곳에 담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주로 도시 건축물의 골조와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조각을 쌓아 올리며 최근에는 작업 방식과 매체를 다양하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첫 번째 개인전《이 마을에 사는 지우가 무엇에 귀 기울이는가》에서 작가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구조물을 탐구한 결과물을 조각으로 표현했다면, 이번 개인전에서는 IMF 서울이 위치한 도봉구 쌍문동을 저벅저벅 거닐며 마주한 아파트 단지의 풍경과 동네에 깃들어 있는 흔적을 조각, 사진, 드로잉으로 옮겨낸다. 그는 지독한 관찰자이다. 그래서 줍는다. '파밍(Farming)'이 온라인 게임에서 필요한 자원이나 아이템을 얻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수집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것처럼, 작가는 주변을 관찰하고 그곳의 흔적들을 찾아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파밍' 한다. 짙은 노스텔지어를 자아내는 90년대생 아파트를 카메라로 포착하거나 꾸깃꾸깃 구겨진 상태로 돌담 사이에 끼워진 오래된 신문지를 끄집어내 외투 주머니에 넣는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가 아니라, 장소가 품고 있는 역사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이다. 마치 고고학자가 흙 속에서 조각들을 발굴하듯, 서지우는 일상의 사소한 요소들을 채집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그렇게 현장에서 주워 올린 소중한 재료는 시멘트와 함께 반죽하여 시간을 잠시 얼려둔다. 작가는 그것을 하나의 '파츠(parts)'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 대하여 저마다 다른 기억을 품고 살아가듯이 파츠에는 이렇게 각기 다른 시간과 기억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파츠들을 켜켜이 쌓아 올리면 하나의 조각이 된다. 주어진 도면에 따라 바닥에서부터 각재를 교자하여 목조 주택의 뼈대를 만들던 그가, 이제는 가장 아래에서부터 골조를 단단히 세우고 그 위에 파츠를 쌓아간다. 그렇게 땅에 떨어져 있던 기억의 파편들을 주워 자근자근 축적해 나가면 아파트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고, 그것들을 한데 모으면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된다. 조각들은 전시장 방 한 켠을 빼곡하게 재운 상태로 또 다른 누군가의 주변을 부유하고 있는 추억들이 그 위에 차분히 내려앉아 한 층 덧대어 지기를 기다린다. 서지우는 그 앞에 가만히 서서 서울로 상경해 지내온 날들을 떠올린다. 사회 초년생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 땅에 정작해 보겠다고 적당한 가격의 반지하 월세방을 찾아 배회했던 기억. 어쩌면 그 기억의 모서리에는 아파트 도면이 무수하게 늘어져 붙어있는 부동산 한쪽 벽면이 남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목수였던 과거의 정체성과 얽혀서, 그에게 건축물의 뼈대와 다름없는 수직선과 수평선이 서로 교차하고 중첩되는 드로잉을 그려낸다. 그리하여 작가는 쌍문동을 둘러싼 여러 세대의 자취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줍고 포개고 다시 조립하고 배열한다. 이렇게 쌓아 올린 기억들은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작업 안에 꽉 붙들어 놓는다. |
기획-글: 정희윤
제작 및 설치: 최봉석
디자인: 김동현, 지진
사진: 이용빈
주최: IMF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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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기공룡
2024
글라스데코
10.5*23cm
2024
글라스데코
10.5*23cm
(현관 옆에 귀여운 아기공룡)
둘리뮤지엄 입장료가 4천 원인데 아트*재보다 재밌어요. 아트*재가 3층으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둘리도 3층으로 구성돼있어요. 근데 둘리는 재밌어요. 어릴 때 못 봤던 것을 보게끔 해요. 입장 전에 직원에게 관람 시간이 보통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더니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실제로 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렸어요. (…) 쌍문동이 둘리 배경인 이유가, 둘리를 그린 만화가가 진주 사람인데 서울로 상경해서 살았던 동네가 쌍문동이라네요. 고길동 집은 만화가가 하숙 생활했던 그 집 풍경을 그린 거래요. 근처에 고길동이 둘리를 처음 목격한 장소라는 하천 밑을 지나가면 ‘둘리를 그린 만화가가 자주 지나다니면서 머물렀던 곳이다.’ 뭐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해요. 둘리가 빙하 타고 하천에 떨어진 모습은 만화가가 서울로 올라온 자신의 처한 상황을 표현한 거라고 하던데…
둘리뮤지엄 입장료가 4천 원인데 아트*재보다 재밌어요. 아트*재가 3층으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둘리도 3층으로 구성돼있어요. 근데 둘리는 재밌어요. 어릴 때 못 봤던 것을 보게끔 해요. 입장 전에 직원에게 관람 시간이 보통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더니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실제로 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렸어요. (…) 쌍문동이 둘리 배경인 이유가, 둘리를 그린 만화가가 진주 사람인데 서울로 상경해서 살았던 동네가 쌍문동이라네요. 고길동 집은 만화가가 하숙 생활했던 그 집 풍경을 그린 거래요. 근처에 고길동이 둘리를 처음 목격한 장소라는 하천 밑을 지나가면 ‘둘리를 그린 만화가가 자주 지나다니면서 머물렀던 곳이다.’ 뭐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해요. 둘리가 빙하 타고 하천에 떨어진 모습은 만화가가 서울로 올라온 자신의 처한 상황을 표현한 거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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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158 한양7차 701동 807호
2024
오브제, 가변설치
2024
오브제, 가변설치
(거실 바닥에 놓인 줍줍한 것)
작가는 가끔 작업에 장난을 친다고 한다. 조각을 조립하거나 해체할 때 본인만 볼 수 있는 부분에다가 현장에서 줍줍한 칠성사이다 뚜껑 같은 것을 넣어두면서 만족스러워한다고 한다.
작가는 가끔 작업에 장난을 친다고 한다. 조각을 조립하거나 해체할 때 본인만 볼 수 있는 부분에다가 현장에서 줍줍한 칠성사이다 뚜껑 같은 것을 넣어두면서 만족스러워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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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조 처럼
2024
목재, 시멘트, 1986년 발행 신문지, 우레탄 폼
21*58*5cm
2024
목재, 시멘트, 1986년 발행 신문지, 우레탄 폼
21*58*5cm
메르시 파파
2024
목재, 시멘트, 1991년 발행 신문지, 한지
12.5*62.5*4cm
2024
목재, 시멘트, 1991년 발행 신문지, 한지
12.5*62.5*4cm
1. (인터폰 벽면 신문 작업)
인터넷에 찾아보니 '메르시파파'와 관련된 글은 2006년 12월이 마지막인 것 같았다.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던 보세 아동복 브랜드인데, 매장은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인터넷몰에서만 구입이 가능해져서 아쉽다는 댓글이 달려 있다. 시장 브랜드 치고는 바느질이나 옷감이 좋은 편이었지만 카피 제품이라 회사 주소도, 전화번호도 명확하지 않은 엉성한 곳. 이제는 자취를 아예 감춰버린 국내 브랜드. 신문에 광고를 내보내고 3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2. (인터폰 옆 메르시파파)
줌 미팅을 하는 도중 작가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주섬주섬 무언가를 보여줬다. 돌담 사이에 아주 작은 종이가 있기에 끄집어내어 펼쳐봤더니 1991년도 신문이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작은 사랑을 나누러 왔다가 큰 사랑을 담아 가곤 합니다', '서울시 미아동 샛별 어린이집', '메르시 파파'와 같은 문구들이 적혀있다. 작가는 '메르시파파, 프랑스에서 왔나 봐요. 의류는 역시 파리네요.'라는 썰렁한 감상평을 덧붙였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메르시파파'와 관련된 글은 2006년 12월이 마지막인 것 같았다.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던 보세 아동복 브랜드인데, 매장은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인터넷몰에서만 구입이 가능해져서 아쉽다는 댓글이 달려 있다. 시장 브랜드 치고는 바느질이나 옷감이 좋은 편이었지만 카피 제품이라 회사 주소도, 전화번호도 명확하지 않은 엉성한 곳. 이제는 자취를 아예 감춰버린 국내 브랜드. 신문에 광고를 내보내고 3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2. (인터폰 옆 메르시파파)
줌 미팅을 하는 도중 작가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주섬주섬 무언가를 보여줬다. 돌담 사이에 아주 작은 종이가 있기에 끄집어내어 펼쳐봤더니 1991년도 신문이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작은 사랑을 나누러 왔다가 큰 사랑을 담아 가곤 합니다', '서울시 미아동 샛별 어린이집', '메르시 파파'와 같은 문구들이 적혀있다. 작가는 '메르시파파, 프랑스에서 왔나 봐요. 의류는 역시 파리네요.'라는 썰렁한 감상평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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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경(대설)
2024
달력, 목재
15.5*63cm
2024
달력, 목재
15.5*6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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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경(상강)
2024
달력, 목재
12.5*32cm
2024
달력, 목재
12.5*3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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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문동 아파트
2024
12.7*17.8cm
2024
12.7*17.8cm
(부엌 사진들)
이번 개인전에 사진 작업도 걸고 싶다며 작가가 나에게 같은 내용을 두 번이나 얘기한 게 있다. 얼마 전 강홍구 작가님의 전시를 보러 갔을 때 적혀 있던 내용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지역의 흔적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어서 그 말이 더욱 와닿았나 보다.
“사진은 내가 못 본 것을 증거하는 것”
이번 개인전에 사진 작업도 걸고 싶다며 작가가 나에게 같은 내용을 두 번이나 얘기한 게 있다. 얼마 전 강홍구 작가님의 전시를 보러 갔을 때 적혀 있던 내용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지역의 흔적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어서 그 말이 더욱 와닿았나 보다.
“사진은 내가 못 본 것을 증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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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
2024
목재, 시멘트, 스티로 폼
21.7*27.7*98.5cm
2024
목재, 시멘트, 스티로 폼
21.7*27.7*98.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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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지
2024
목재, 시멘트, 실리콘, 스티로 폼, 폴리카보네이트
21.7*27.7*98.5cm)
2024
목재, 시멘트, 실리콘, 스티로 폼, 폴리카보네이트
21.7*27.7*98.5cm)
(안방 9개 대단지)
지금까지 작가는 조각을 만들 때 정면, 좌측, 우측 다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심지어 관객이 볼 수 없는 안쪽까지. 하지만 이번에는 얘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가가 쌍문동 한양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닌 후 내게 남긴 소감은 아파트도 그렇고 조경도 그렇고 모두 Ctrl+c(복사), Ctrl+v(붙여넣기) 한 것 같았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작가는 조각을 만들 때 정면, 좌측, 우측 다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심지어 관객이 볼 수 없는 안쪽까지. 하지만 이번에는 얘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가가 쌍문동 한양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닌 후 내게 남긴 소감은 아파트도 그렇고 조경도 그렇고 모두 Ctrl+c(복사), Ctrl+v(붙여넣기) 한 것 같았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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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does Ziu in the
APT. listen to?》
Ziu Suh solo show
2024. 12. 2. Mon. ⎯ 2024. 12. 23. Mon.
10AM ⎯ 6PM
IMF Seoul
Curated by⏐ Heeyoon Jung
Installation⏐ Bongseok Choi
Graphic Design⏐ Donghyeon Kim, Jijin
Photography⏐ Yongbin Lee
Ziu Suh solo show
2024. 12. 2. Mon. ⎯ 2024. 12. 23. Mon.
10AM ⎯ 6PM
IMF Seoul
Curated by⏐ Heeyoon Jung
Installation⏐ Bongseok Choi
Graphic Design⏐ Donghyeon Kim, Jijin
Photography⏐ Yongbin Lee
Ziu Suh is a relentless observer. That is why he picks things up. Just as "farming" in online games refers to the repetitive act of collecting resources or items, the artist constantly "farms" his surroundings, searching for traces of what is left behind. He captures images of 90s-era apartments, evoking a deep sense of nostalgia, or pulls out crumpled old newspapers wedged between stone walls and tucks them into his coat pocket. What he focuses on is not just the visual elements, but the history embedded in these places and the traces left by those who lived there. Like an archaeologist unearthing fragments from the earth, Ziu Suh collects the trivial elements of everyday life and reconstructs them in his own way. Thus, the precious materials he picks up from the scene are mixed with cement, and the time is momentarily frozen. (Excerpt from the Pre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