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는 서로들>
Weaving Relations
2024.04.10-2024.07.07
︎전시안내
《길드는 서로들》은 서울시립미술관의 2024년 전시 의제인 ‘건축’을 관통하는 전시로 건축의 본질적 속성을 ‘관계맺기’를 통해 가치와 경험을 만드는 행위로 파악하고 ‘관계맺기’를 다양한 개념적 접근으로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자연 환경이라는 물리적 토대 위에서 출발하는 건축은 일차적으로 자연의 제약과 그에 대한 고려를 전제합니다. 건축은 또한 시대와 사회의 공공적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져야 하고,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 환경과 조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건축은 인간에 의해 창조되지만 역으로 인간에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등 창조력을 갖습니다. 이처럼 건축의 본질은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 공동체와 개인, 물질과 비물질적인 것 등의 다양한 요소를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연결하는가를 묻고 이에 답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길드는 서로들》은 자아를 확인하는 기본 조건이 되는 물리적인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매개로 발생하는 ‘관계맺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7명의 작가와 작품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유도합니다. 이를 통해 고립감과 정체성 상실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관계맺기’가 갖는 삶의 역동적인 가치를 일깨우고자 합니다. 전시제목인 '길드는 서로들'은 생텍쥐페리의 문학작품 『어린 왕자』(1943)에서 빌려온 표현으로 '관계맺기'의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길든다’는 것은 시간성과 반복성, 과정을 전제하는 동시에 건축의 본질인 공동성에 바탕한 관계맺기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길들이고, 무엇에 길들고 있을까요?
《길드는 서로들》은 서울시립미술관의 2024년 전시 의제인 ‘건축’을 관통하는 전시로 건축의 본질적 속성을 ‘관계맺기’를 통해 가치와 경험을 만드는 행위로 파악하고 ‘관계맺기’를 다양한 개념적 접근으로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자연 환경이라는 물리적 토대 위에서 출발하는 건축은 일차적으로 자연의 제약과 그에 대한 고려를 전제합니다. 건축은 또한 시대와 사회의 공공적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져야 하고,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 환경과 조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건축은 인간에 의해 창조되지만 역으로 인간에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등 창조력을 갖습니다. 이처럼 건축의 본질은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 공동체와 개인, 물질과 비물질적인 것 등의 다양한 요소를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연결하는가를 묻고 이에 답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길드는 서로들》은 자아를 확인하는 기본 조건이 되는 물리적인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매개로 발생하는 ‘관계맺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7명의 작가와 작품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유도합니다. 이를 통해 고립감과 정체성 상실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관계맺기’가 갖는 삶의 역동적인 가치를 일깨우고자 합니다. 전시제목인 '길드는 서로들'은 생텍쥐페리의 문학작품 『어린 왕자』(1943)에서 빌려온 표현으로 '관계맺기'의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길든다’는 것은 시간성과 반복성, 과정을 전제하는 동시에 건축의 본질인 공동성에 바탕한 관계맺기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길들이고, 무엇에 길들고 있을까요?
︎전시글
-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 중구 회현동, 지금 우리은행 본점이 있는 자리이다. 나는 1905년 대한제국 시절 벨기에영사관으로 지어졌다. 건축물로서는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사람으로 치면 올해 119살이 된 셈이니 100여 년 동안 나의 삶, 내가 목격한 사회, 역사의 변화는 너무 긴 이야기라 접어두겠다. 짧게 말해 1982년, 우여곡절 끝에 사대문 안에서 서울과 경기도의 남쪽 경계라 할 수 있는 지금의 남현동으로 옮겨졌고, 2004년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40여 년 전 내가 옮겨질 때 불가피하게 사소한 물리적 변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외형적인 모습은 최대한 유지된 편이다.
흥미로운 것은 나의 겉모습은 그대로일지라도 이축(移築)을 통해 내가 있던 장소가 달라지고, 나의 용도가 달라지고, 나를 찾는 사람들이 달라지면서 나를 매개로 맺어지는 관계들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미술관이 된 지 20년째인데 하나의 미술관이라도 어떤 전시, 즉 어떤 작가들과 작품들이 내 안에 담기느냐에 따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형태도 조금씩 달라진다. 사람들은 나의 이국적인 겉모습만 보고 매력적인 건축물이라 일컫는데 이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 나의 진짜 매력은 내 안에서 ‘나’라는 건축을 매개로 일어나는 관계맺기이다.
지금부터 나는 내가 직접 경험한 혹은 지켜본 다양한 관계맺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는 구 벨기에영사관이었던 내가 미술을 만나게 되면서 새롭게 갖게 되거나 두드러지게 된 정체성, 성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관람포인트
- 《길드는 서로들》의 전시글은 기획자가 남서울미술관에서 전시를 만들며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참여 작가들의 작업 노트를 참조해 소설 형식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화자는 의인화된 남서울미술관이며 전시글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장면은 참여 작가들에게 영감을 받아 허구로 창작된 것입니다. - 남서울미술관 건축 역사와 관련된 내용은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 중구 회현동, 지금 우리은행 본점이 있는 자리이다. 나는 1905년 대한제국 시절 벨기에영사관으로 지어졌다. 건축물로서는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사람으로 치면 올해 119살이 된 셈이니 100여 년 동안 나의 삶, 내가 목격한 사회, 역사의 변화는 너무 긴 이야기라 접어두겠다. 짧게 말해 1982년, 우여곡절 끝에 사대문 안에서 서울과 경기도의 남쪽 경계라 할 수 있는 지금의 남현동으로 옮겨졌고, 2004년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40여 년 전 내가 옮겨질 때 불가피하게 사소한 물리적 변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외형적인 모습은 최대한 유지된 편이다.
흥미로운 것은 나의 겉모습은 그대로일지라도 이축(移築)을 통해 내가 있던 장소가 달라지고, 나의 용도가 달라지고, 나를 찾는 사람들이 달라지면서 나를 매개로 맺어지는 관계들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미술관이 된 지 20년째인데 하나의 미술관이라도 어떤 전시, 즉 어떤 작가들과 작품들이 내 안에 담기느냐에 따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형태도 조금씩 달라진다. 사람들은 나의 이국적인 겉모습만 보고 매력적인 건축물이라 일컫는데 이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 나의 진짜 매력은 내 안에서 ‘나’라는 건축을 매개로 일어나는 관계맺기이다.
지금부터 나는 내가 직접 경험한 혹은 지켜본 다양한 관계맺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는 구 벨기에영사관이었던 내가 미술을 만나게 되면서 새롭게 갖게 되거나 두드러지게 된 정체성, 성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관람포인트
- 《길드는 서로들》의 전시글은 기획자가 남서울미술관에서 전시를 만들며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참여 작가들의 작업 노트를 참조해 소설 형식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화자는 의인화된 남서울미술관이며 전시글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장면은 참여 작가들에게 영감을 받아 허구로 창작된 것입니다. - 남서울미술관 건축 역사와 관련된 내용은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가께수리 Gakkesuri 2024
목재, 못, 시멘트, 청동
wood, nail, cement, bronze
︎작품 설명
<가께수리>는 서지우가 특별히 이번 전시 《길드는 서로들》을 위해 새롭게 제작한 신작으로 남서울미술관의 형성 역사와 지역성, 건축적 특징을 반영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제목인 ‘가께수리’는 한국의 고가구 중에서 귀중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서랍장 형태의 가구인 ‘각게수리’에서 따온 것으로 각게수리는 일본의 문방가구인 각케수주리(kakesuzuri)에서 파생된 명칭입니다. 작가는 남서울미술관의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붉은 벽돌, 큰 검은색 나무문 등에서 조선시대의 각게수리에서 보여지는 것과 유사한 외형적 요소를 발견하는 한편, 남서울미술관의 전시실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방들이 마치 각게수리의 서랍과 유사하다 상상해 보았습니다.
목재, 못, 시멘트, 청동
︎작품 설명
<가께수리>는 서지우가 특별히 이번 전시 《길드는 서로들》을 위해 새롭게 제작한 신작으로 남서울미술관의 형성 역사와 지역성, 건축적 특징을 반영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제목인 ‘가께수리’는 한국의 고가구 중에서 귀중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서랍장 형태의 가구인 ‘각게수리’에서 따온 것으로 각게수리는 일본의 문방가구인 각케수주리(kakesuzuri)에서 파생된 명칭입니다. 작가는 남서울미술관의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붉은 벽돌, 큰 검은색 나무문 등에서 조선시대의 각게수리에서 보여지는 것과 유사한 외형적 요소를 발견하는 한편, 남서울미술관의 전시실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방들이 마치 각게수리의 서랍과 유사하다 상상해 보았습니다.
재피방 시리즈 2022-2: 7평 원룸
Jepibang series 2022-2: 250(spft) one room
색종이, 종이박스, 목재
colored paper, paper box ,wood
Jepibang series 2022-2: 250(spft) one room
색종이, 종이박스, 목재
colored paper, paper box ,wood
︎작품 설명
우두커니.1-2 2022
<우두커니> 연작은 서울 도심에서 떨어진 오래된 골목들에서 발견한 예스러운 구조물, 그중에서도 토사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축대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획일적으로 들어선 신축 건물들과 대비되어 골목길의 축대가 시대별로, 취향대로, 또 자본에 따라 갖는 각기 다른 개성에 주목했습니다. 큰 돌을 아래부터 시작해 점차 작은 돌로 돌담을 쌓은 축대가 있고, 돌에 시멘트를 발라 쌓은 축대가 있습니다. 표면에 깨진 돌들이 박혀 있는 축대는 점박이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보통 축대는 무너짐을 막으려는 토사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형태인데, <우두커니>에서 보이는 기울기는 이를 표현한 것입니다. 특히 <우두커니> 시리즈는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로 조합되기 전 해체된 상태로 전시되어 작품 안에 숨겨져 있던 건축적 요소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좌대 위에는 <우두커니> 조각의 상단부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펼쳐서 보여줍니다.
관람객은 앞쪽에 놓인 하단부 위에 작가가 쌓아 올릴 다양한 건축적 요소들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우두커니.1-2 2022
<우두커니> 연작은 서울 도심에서 떨어진 오래된 골목들에서 발견한 예스러운 구조물, 그중에서도 토사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축대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획일적으로 들어선 신축 건물들과 대비되어 골목길의 축대가 시대별로, 취향대로, 또 자본에 따라 갖는 각기 다른 개성에 주목했습니다. 큰 돌을 아래부터 시작해 점차 작은 돌로 돌담을 쌓은 축대가 있고, 돌에 시멘트를 발라 쌓은 축대가 있습니다. 표면에 깨진 돌들이 박혀 있는 축대는 점박이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보통 축대는 무너짐을 막으려는 토사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형태인데, <우두커니>에서 보이는 기울기는 이를 표현한 것입니다. 특히 <우두커니> 시리즈는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로 조합되기 전 해체된 상태로 전시되어 작품 안에 숨겨져 있던 건축적 요소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좌대 위에는 <우두커니> 조각의 상단부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펼쳐서 보여줍니다.
관람객은 앞쪽에 놓인 하단부 위에 작가가 쌓아 올릴 다양한 건축적 요소들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