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길드는 서로들] 시간과 공간의 프로필_기획/글. 방소연(학예연구사) |
시간과 공간의 프로필 Profile of Time and Space (2024)
글. 방소연 (학예연구사)
4-5년 전인가에는 무슨 역사 투어라고 해서 이 동네의 장소 몇 개를 하나의 코스로 묶어 투어하는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이 나를 찾았다. 그 투어는 사당역 근처의 도당터(느티나무신을 모시던 곳)에서 시작해 나를 거쳐 서울 안에 유일하게 있는 백제의 도자기 가마터, 조선 중기의 문신 이경직의 묘역 등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내가 있는 사당역 주변은 현재 서울에서 교통의 요지이면서 동시에 곳곳에서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인간이 살고 있는 주변을 조금만 눈여겨보면 그 안에서 역사와 사회, 누군가의 흔적과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옮겨질 때 다락공간의 나무 기둥과 대들보를 해체하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나무가 썩거나 약한 부분은 새로운 목재로 교체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이 부분은 색깔로 차이가 난다. 이처럼 건축물은 다양한 단서들을 갖고 있고 이것은 유심히 보는 자에게만 보인다.
사회초년생인 20대 초반의 S는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정착할 직업을 알아보는 중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반지하에 월셋방을 구했다. 오랫동안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곰팡이가 슨 벽지를 뜯어내니 울퉁불퉁하게 시공된 콘크리트 표면이 드러났다. 거칠고 무식한 느낌, 수직 수평도 맞지 않는 벽과 바닥. S는 거칠고 튀어나온 콘크리트 벽이 마치 배불뚝한 쌀 포대 같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1970년대 혹시 모를 전쟁 시를 대비해 지하에 방공호를 필수로 하는 건축법 규정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반지하 공간들이 생겨나게 된 시작이라 한다. 반지하에서 창문은 최대한 지면에 가까이 가고자 사람의 눈높이보다도 높게 달려있다. 그래서 종종 원치 않는 쾌쾌한 매연이나 불쾌한 하수구 냄새를 맡아야 한다. 그래도 S가 톡톡이라 이름 붙인 동네 길고양이와의 눈맞춤은 작은 즐거움이다.
글. 방소연 (학예연구사)
4-5년 전인가에는 무슨 역사 투어라고 해서 이 동네의 장소 몇 개를 하나의 코스로 묶어 투어하는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이 나를 찾았다. 그 투어는 사당역 근처의 도당터(느티나무신을 모시던 곳)에서 시작해 나를 거쳐 서울 안에 유일하게 있는 백제의 도자기 가마터, 조선 중기의 문신 이경직의 묘역 등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내가 있는 사당역 주변은 현재 서울에서 교통의 요지이면서 동시에 곳곳에서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인간이 살고 있는 주변을 조금만 눈여겨보면 그 안에서 역사와 사회, 누군가의 흔적과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옮겨질 때 다락공간의 나무 기둥과 대들보를 해체하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나무가 썩거나 약한 부분은 새로운 목재로 교체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이 부분은 색깔로 차이가 난다. 이처럼 건축물은 다양한 단서들을 갖고 있고 이것은 유심히 보는 자에게만 보인다.
사회초년생인 20대 초반의 S는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정착할 직업을 알아보는 중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반지하에 월셋방을 구했다. 오랫동안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곰팡이가 슨 벽지를 뜯어내니 울퉁불퉁하게 시공된 콘크리트 표면이 드러났다. 거칠고 무식한 느낌, 수직 수평도 맞지 않는 벽과 바닥. S는 거칠고 튀어나온 콘크리트 벽이 마치 배불뚝한 쌀 포대 같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1970년대 혹시 모를 전쟁 시를 대비해 지하에 방공호를 필수로 하는 건축법 규정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반지하 공간들이 생겨나게 된 시작이라 한다. 반지하에서 창문은 최대한 지면에 가까이 가고자 사람의 눈높이보다도 높게 달려있다. 그래서 종종 원치 않는 쾌쾌한 매연이나 불쾌한 하수구 냄새를 맡아야 한다. 그래도 S가 톡톡이라 이름 붙인 동네 길고양이와의 눈맞춤은 작은 즐거움이다.
2024. [이 아파트에서 지우가 무엇에 귀 기울이는가] 기억을 쌓는 사람_기획/글. 정희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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